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퀴니 덕분에 특별한 삶을 살게 된 벤자민

폭풍우 때문에 모두가 미국의 한 병원을 떠나는 가운데 죽음을 앞둔 한 여성이 딸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계가 거꾸로 가는 것으로 시작되는 그녀의 이야기는 어머니의 옛사랑인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가 얽혀 있어 딸에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태어난 벤자민은 노인들의 외모와 질병을 안고 태어나 해가 갈수록 젊어지는 운명을 타고났다. 벤자민을 낳다가 숨진 아내의 유언을 뒤로한 아버지는 벤자민을 괴물로 여기고 양로원에 방치한다.

요양원을 이끌고 있는 운영자인 퀴니는 벤자민을 불쌍히 여기며 입양해 정성껏 키운다.

벤자민의 외모는 늙었지만 데이지는 마음이 어린 그에게 동심을 주고 사랑을 일깨워 준 고마운 사람이다. 그리고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한 벤자민에게 사랑을 전해준 마음씨 착한 양어머니 퀴니.

자연 속에서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다양한 여러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피그미 오티. 이름이 기억 안나지만 벤자민에게 인생과 피아노를 가르쳐준 할머니.

자유로운 인생을 알려주었지만 전쟁으로 바로 눈앞에서 죽은 캡틴 마이크. 이 외에도 많은 소중한 사람들을 사귀게 되었다.

동시에 시간은 계속 흘렀고 벤자민은 그들을 떠나보내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운명 같은 사랑도 하게 됐다.

거꾸로 가는 시계는 1918년 기차역 준공식에서 기념적으로 설치하게 된 특별한 시계였다. 남북 최고의 시계공인 개토의 하나뿐인 아들이 전쟁 중에 전사하게 됐는데 이후 슬픈 감정이 깃든 혼을 담아 만든 시계였다.

개토는 준공식에서 거꾸로 가는 시계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전사했던 자식들이 시간을 거슬러 돌아와 농사도 다시 지으며 일도 같이 하고 자식도 낳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라는 바램에서요. 제 아들도 살아올지 모르죠라고.

그러던 어느 날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축제날, 토마스 버튼의 아이가 태어난다. 거꾸로 가는 시계의 공간에서 온 것처럼 아기지만 노인의 모습을 하고 태어난 것이다. 설마 개토의 소원이 정말 이루어진 걸까요.

시간이 자꾸만 거꾸로 흘러 마침내 벤자민은 걱정하던 치매로 정신이 온전치 못한 어린아이가 된다. 이후 그는 계속 더 어려져만 가고 나중에는 본인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데이지는 이런 그를 죽기 전까지 보살핀다. 그리곤 완전히 어려져 갓난아기가 된 벤자민은 이제는 늙어 할머니가 된 데이지와 마지막으로 눈 맞춤을 한 후 세상을 떠나게 되고, 데이지는 조용히 수건으로 얼굴을 가려준다.

그렇게 특별한 삶을 살아야 했던 남자 벤자민 버튼의 인생은 마무리 된다. 병원에 누워 죽음을 앞둔 노인이 된 데이지도 벤자민의 일기 내용을 다 듣고 창밖을 보는데 벌새를 보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옛날 영화이긴 하지만 오랜만에 감성을 돋게 해 준 영화다. 더 재미있게 보게 된 이유는 이 영화를 보면서 만약에 내가 벤자민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을 해봤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벤자민이 어린이가 되고, 또 시간이 흐르고 아기가 되면서 기억이 사라지고 결국엔 말도 못하게 되는 걸 지켜보는데. 마음이 아파왔다.

거꾸로 흘러가는 시간 설정이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고 개연성이 있는 서사여서 더욱 몰입하며 볼 수 있었다. 시간이 거꾸로 가도 그 끝은 결국 죽음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어차피 결국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래도 젊었을 때로 돌아간다면 이랬을 텐데라는 후회보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다. 그리고 지금 흘러가고 있는 이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깨닫도록 해주는 영화였다.